철학오피스
피지컬 AI 시대에 대한 추측 본문

피지컬 AI 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휴머노이드 또는 다른 유형의 로봇)이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를 접했다. 그는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인류는 곧 '노동의 종말'과 '기본 고소득'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런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며, 현대 자동차 노조는 노조와의 합의 없이 로봇은 단 한 대도 들여올 수 없다고 선포했다.
이에 대한 나의 몇몇 생각을 정말 간략하게 공유해 보고자 한다(이는 내가 더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단상이라는 말이고 이 단상이 마음에 든다면 읽는 이들이 더 생각을 발전시켜 보라는 뜻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아니면 말고).
1. 현대차 노조의 이런 저항은 사실 부질 없는 일이다. 한국에 대해 말하기 전에 미국에 대해 말하자면, 미국은 알다시피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기 때문에 이런 저항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며, 이미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주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로봇을 대거 도입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2. 물론 한국은 해고가 자유롭지 않다. 그러니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현대차는 단지 신규 정규직 노동자를 더 이상 채용하지 않으면서 기존 숙련 노동자들을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다. 사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신이 데이터를 만들 수는 없기에 데이터 또는 숙련된 기술을 학습시켜줄 수 있는 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이런 숙련 노동자를 위해 고액의 연봉과 각종 혜택을 부여해도 회사로서는 별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노동자를 로봇으로 거의 다 대체할 수 있고 인간 관리자는 극소수만 필요할 날이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3. 이는 노동의 종말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종말'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란 돈 많은 놈이 돈 많이 버는 사회가 아니라(노예제든 봉건제든 모두 돈 많은 놈이 돈 많이 버는 건 똑 같았다), 정확히 자본-임노동 관계(이것이 자본주의적 관계다)를 중심적으로 광범위하게 가지고 있는 사회를 일컫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금노동자들이 필요 없어지고 점차 로봇으로 대체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적 관계의 종말을 뜻한다.
4. 그런데 자본주의의 종말이 곧 사회주의일까? 이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 굿 시나리오와 배드 시나리오가 있다.
5. 매는 먼저 맞아야 하므로 배드 시나리오부터 말하자면, 노동자들이 필요 없어진다고 해서 그 인구가 즉시 소멸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곧 노동의 종말 속에서 더 이상 노동이 필요하지 않기에 노동을 할 수 없게 된 인간, 잉여인간 또는 쓰레기 인간들이 사회 주변 도처에 축적되어 쌓여 나간다는 뜻이다. 이 잉여인간 또는 쓰레기 인간에게 기본소득을 준다? 심지어 기본 고소득을 준다? 자본가들 뿐 아니라 모든 지배계급은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잉여/쓰레기는 제거하는 것이 지배계급의 생리다. 어떻게 제거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3차 대전은 이미 조금씩 모양을 갖추어 가고 있다. 그 속에서 잉여인구는 대규모로 사라져 갈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든 아니면 전쟁용으로 개발된 로봇에 의해 죽임을 당하든 간에. 그리고 그 전쟁은 로봇을 더욱 더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전쟁 후 혹시라도 잉여인구가 살아남아 저항한다면, 다시 로봇을 보내 진압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노동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극소수의 지배계급은 그야말로 기본 고소득을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아마 이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을 지어(지상이든 지하든 우주든) 지들끼리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적어도 한 동안은... 왜냐하면 생태 위기 극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한편, 디스토피아를 그린 여러 공상영화에 나오듯이, 부자들이 잘먹고 잘사는 그 한동안의 기간 동안, 몇몇 남은 잉여인간은 로봇 부품이 널부러진 곳에서 먹을 것을 간신히 구하며 자기들만의 로봇을 조립해보기도 하면서 떠돌아 다니다 점점 멸종해갈 것이다.
6. 굿 시나리오를 말해보자. 세계의 모든 인민이 연대 연합하여 로봇기술을 세계정부에 귀속시켜 국유화하여 세계 사회주의를 만들리는 없으므로 완전 해피 엔딩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든 자산이 점점 더 토큰화될 것이고(이는 주식과 유사하지만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여 모두가 크고작은 소유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 토큰화된 자산을 국지적인 방식으로든 아니면 디지털 국지적인 방식(이미 한국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소유하고 있듯이)으로든 간에 얼마나 많이 얻어낼 것인가를 둘러싼 다양한 규모의 싸움들이 전개될 수도 있다. 결국 다양한 타협지점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들을 찾고 싸워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적 연대가 아니라 세계 내의 다양한 지역적이거나 디지털 지역적 연대를 통한 새로운 소유법의 수립. 이는 모두가 부자인 세상이 아니라 부자도 있고 빈자도 있지만 루소가 말했듯이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살 정도로 부유하진 않고, 누구도 자신을 팔아 남의 노예가 될 정도로 가난하지 않은 세상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
PS1. 자산의 토큰화와 관련시키면서 읽어볼 만한, 예전에 페북에 올렸던 포스팅.
마르크스는 <자본> 3권 27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노동자 협동조합 공장(이른바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주식회사'를 자본주의 생산양식으로부터 공산주의적인 연합된 생산양식으로의 이행의 두 가지 대표적 형태로 논한다. 이런 이른바 '개혁적' 또는 '진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공산주의는 결코 자본주의의 반정립(anti-thesis)으로 이해될 수 없는데, 이 점은 2023년에 미국 콜럼비아 대학에서 발표된 에티엔 발리바르의 다음 글에서 강조된바 있다.
https://cooperism.law.columbia.edu/etienne-balibar-the-expropriators-are-expropriated-full-paper/
다음은 자본 3권 해당 구절
"노동자 자신의 협동조합 공장들은 낡은 형태 안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첫 번째 싹을 대표한다. 비록 그것들이 지배적인 체계의 그 모든 단점들을 자신의 실제 조직의 모든 곳에서 자연스럽게 생산하며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자본과 노동의 반정립은 그 협동조합 공장들 안에서 극복된다. 처음에는 단지 연합된 노동자들을 스스로의 자본가로 만드는 식이라고 할지라도, 즉 그들이 생산수단을 자기 노동의 고용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만이라고 할지라도. 협동조합 공장들은 물질적 생산력과 사회적 생산의 상응하는 형태들의 발전이 특수한 단계에 도달할 때 어떻게 새로운 생산양식이 낡은 생산양식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자라나는지를 보여준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으로부터 발생하는 공장 시스템이 없다면 어떤 협동조합적 공장들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 협동조합 공장들은 동일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으로부터 발생하는 신용 시스템 없이도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용시스템은 자본주의적인 사적 기업들을 자본주의적 주식회사들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주된 기초일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적 기업들을 다소간 국가적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수단을 제공한다. 협동조합 공장만큼이나 자본주의 주식회사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부터 연합된 생산양식으로의 이행의 형태라고 간주되어야 한다. 유일한 차이점은 적대가 주식회사에서는 부정적으로 해결되고, 협동조합 공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이다."
"The co-operative factories of the labourers themselves represent within the old form the first sprouts of the new, although they naturally reproduce, and must reproduce, everywhere in their actual organisation all the shortcomings of the prevailing system. But the antithesis between capital and labour is overcome within them, if at first only by way of making the associated labourers into their own capitalist, i.e., by enabling them to use the means of production for the employment of their own labour. They show how a new mode of production naturally grows out of an old one, when the development of the material forces of production and of the corresponding forms of social production have reached a particular stage. Without the factory system arising out of the capitalist mode of production there could have been no co-operative factories. Nor could these have developed without the credit system arising out of the same mode of production. The credit system is not only the principal basis for the gradual transformation of capitalist private enterprises into capitalist stock companies, but equally offers the means for the gradual extension of co-operative enterprises on a more or less national scale. The capitalist stock
companies, as much as the co-operative factories, should be considered as transitional forms from the capitalist mode of production to the associated one, with the only distinction that the
antagonism is resolved negatively in the one and positively in the other."
----------------
PS2. 또한 공산주의적 소유에 관한 또 다른 페북 포스팅
이번 학기에 가르친 근대정치사상에는 <공산당 선언>이 새롭게 포함되었고 덕분에 이 텍스트를 오랜만에 찬찬히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르크스가 <자본> 1권 32장에서 공산주의적 소유를 "생산수단의 공유에 기초한 개인적 소유의 재건"이라고 규정한 것의 정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